2002 연간 서한 #3

역자 첨부, 출처 링크


스테이지코치는 영국에서 가장 큰 버스 운영사입니다. 런던 워털루 역에서 통근 버스 서비스를, 스칸디나비아 반도·홍콩·뉴질랜드·미국에서 버스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1993년에 20펜스 공모가로 런던 거래소에 상장했습니다. 1990년대 초반 영국 버스 시스템은 몇 년간의 국영 기업 시절을 끝내고 규제가 폐지되어 서비스 운영권·차고·버스 등을 스테이지코치와 같은 사기업에 입찰 방식으로 매각했습니다. 버스 시간표가 엉망이었고, 승객보다 운전기사와 차장10의 편의를 위해 운영됐으며, 운임이 비정기적으로 수금되는 등 시스템 전면 개편의 필요성이 무르익은 때였죠. 기업가적이고 직설적인 스테이지코치의 CEO 브라이언 사우터Brian Souter는 버스 차장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운임을 수금하고 혼잡 시간대에 더 많은 버스를 배차했으며, 새로운 서비스로 승객에게 머그잔과 깃발을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버스를 밝은 색으로 칠하고 남아 있던 국영 버스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등 단순한 일을 올바르게 하는 데 능했습니다. 승객 수가 늘어나면서 영국의 버스 규제 철폐는 아주 성공적인 조치로 입증됐습니다. 해외에서도 영국을 모방해 관련 규제를 철폐했고, 자연스럽게 스테이지코치는 탈규제 버스 서비스 브랜드로서 강점을 수출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는 1996년까지 스칸디나비아 반도, 홍콩, 아프리카 일부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상장 후 10년도 안 지나서 매출과 이익이 10배 성장했고, 주가는 1998년에 2.85파운드까지 상승했습니다. 영국 증권가the City11의 한 리서치 보고서는 당시 주가에 대해 고민한 끝에 “사우터 프리미엄”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사우터는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1990년대 후반에 반 은퇴 상태로 들어가며 일상적인 운영을 다음 세대의 경영진에게 넘겼는데, 기존 배당 수준을 유지하라는 지시를 분명히 남겼습니다.


"사우터 프리미엄"의 주인공, 브라이언 사우터(우측)

역자 첨부, 출처 링크


문제가 시작된 게 바로 그 즈음이었습니다. 버스 운영이 괜찮은 사업이라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었고, 규제 철폐가 확대될수록 세계 곳곳의 버스 회사들이 다른 지역에서도 사업을 하고 싶어했습니다. 그 결과 프랜차이즈 가치의 가격은 상승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 유틸리티와 통신 서비스 사업에 대한 규제를 철폐한 후에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었죠. 스테이지코치는 다른 곳에서 성장을 찾기 시작해 중국 고속도로 운영 회사의 소수 지분을 매입했고, 기차 대여 사업의 지배지분을 매입했다가 곧바로 매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더 큰 실수는 거만하게도 사이클의 정점에 투자은행과 차입매수LBO: leveraged buy-out 펀드로부터 부채를 조달해서 서로 성격이 다른 버스, 택시, 우등 대형버스 사업의 집합체인 코치Coach USA를 인수한 것이었습니다. 코치 USA 자체도 부채로 쌓아 올린 회사인데다가 인수 가격이 너무 높았고, 집합체는 물론이고 각 개별 사업도 경제적 이익이 없었으며, 인수 자금도 부채로 조달되었습니다. 즉, 회사는 지불 가격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가치를 지닌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부채를 사용한 겁니다. 상황은 더 악화됐는데, 코치 USA의 사업을 개선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기 때문이죠. 여기서 다시 한번 차입매수 펀드의 덕을 보게 됩니다. 동시에 스테이지코치는 영국 버스 차량 교체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미국 사업은 스테이지코치가 영국에서 단순한 시간표로 운영했던 통근 버스 사업과 많이 달랐습니다. 미국 사업을 관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지면서 피해를 입게 된 영국 사업은 소외됐고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우터는 수익성이 있는 버스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계속해서 접시를 돌려야 한다[단순한 일을 올바르게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경영진은 접시 돌리기를 멈췄습니다. 주가는 1998년 2.85파운드의 최고가에서 2002년 후반 10펜스까지 추락해 10년 전 공모가의 절반이 되었습니다. 2002년 7월에 마지막 배당금이 삭감되고 경영진은 해고됐으며, 사우터가 반 은퇴 상태에서 복귀했습니다.


사우터는 취약한 사업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 찰리 멍거가 “암 수술 접근법”이라고 이름 붙인 과정입니다. 대부분 회사의 중심에는 신사업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사용됐거나 참을성이 없는 경영진이 당연하게 여기는 보석이 있기 때문에 수술은 효과를 발휘합니다. 이 보석이 덜 성공적인 프로젝트들로 인해 희석되면서 전체 성과가 떨어지고 밸류에이션이 축소되거나 하락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멍거가 투자한 대표적인 사례가 코카콜라입니다. 1980년대 중반 코카콜라는 새우 사육장·와이너리·영화 스튜디오를 가진 어설픈 복합기업이었고, 생각하기도 싫지만 자체 보틀링bottling12 공장까지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부진한 사업들이 정리되어 가면서 원액 시럽 제조와 마케팅이 코카콜라의 보석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후 주가는 10년 동안 10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스테이지코치의 경우 해결책이 상대적으로 간단합니다. 부진한 미국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최악의 성과를 내는 사업을 자산 가치에 매도하고 부채를 상환함으로써 회사의 보석인 영국 버스 운영 사업에 집중하는 겁니다. 12월 초 마라톤이 사우터를 만났을 때 그는 영국 사업이 최근 인수한 기업의 그늘에 가려져 있는 “신데렐라 사업Cinderella Business13이지만, “내가 돌아오는 것을 반기는 유일한 사람들이 바로 영국 버스 사업부의 임직원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우터는 다시 접시 돌리는 일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상대적으로 최신 버스 차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잉여현금흐름을 부채를 상환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공모채 만기가 은행 자체 부채의 만기 이후임에도 불구하고 액면가 대비 크게 할인된 가격으로 스테이지코치의 채권 상환을 허용해줄 정도로 은행은 협조적이었습니다. 모든 부채는 무담보 부채이고, 홍콩이나 뉴질랜드 등의 자회사들은 차입 여력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 생각에 회사는 주당 약 60펜스의 가치가 있는데,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의 부채 상환과 영국 사업의 성장 정체를 가정한 상황에서의 기업가치입니다. 이는 11월 말 노마드가 매수했던 가격인 14펜스, 그리고 현재(1월 초) 시장가인 33펜스와 대조적입니다. 사우터가 여동생과 함께 여전히 25% 가량의 지분을 보유 중인 만큼 그가 신성하게 여기는 배당금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는 노마드 매수가 기준으로 12% 이상의 배당수익률을 의미합니다. 최근에 특히 미국 시장처럼 복잡하고 부채가 많은 여러 기업들을 분석해 본 결과, 스테이지코치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단순하기 때문에 우리는 역대 가장 높은 비중을 투자했습니다.



10  bus conductor, 유럽 전역에서 2층 버스가 많이 사용됐기 때문에 필요했던 2층 관리자

11  the City of London, 증권거래소와 잉글랜드 은행이 위치한 영국의 역사적인 금융 지구로 미국의 월스트리트와 같은 곳

12  원액을 공급 받아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병에 담긴 제품으로 만들고 유통하는 사업

13  진가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의미


11 2

문의, 번역 오류

nomadletters.kr@gmail.com

문의, 번역 오류

nomadletters.k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