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노마드 투자자 서한 책자 독자 이름으로 144만 3천 원을 기부했습니다

2022-05-16


노마드 투자자 서한 한국어판에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 이름으로 책자 판매 이익금 일부를 기부했습니다.


'2014년까지 존재했던 영국(국가번호 +44) 노마드 투자조합의 투자자 서한 한국어판 3천 권을 구매해 주신 독자 일동'이라는 의미를 담아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이 보호 종료 청소년의 자립을 지원하는 '자립후' 캠페인에 144만 3천 원을 기부했습니다. 깔끔하게 3천 부를 기념하며 3백만 원을 기부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익금이 그 정도는 안 되는 터라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 금액을 급조(?)했습니다.




책자 재고 및 신청


사실 아직 누적 3천 부를 완판한 건 아닙니다. 3차 A급 책자는 어제(5/15) 기준 매진됐지만, B급 책자 재고가 160권 정도 남았습니다. 이 마지막 재고는 대량 판매 협의 중이라서, 개별 신청자를 위해 사이트를 다시 열 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래서 신청 사이트 링크는 닫아뒀습니다.


하지만 완판까지 기다리는 게 큰 의미가 있지는 않는 듯해서, 기부 먼저 했습니다.




왜 기부했나


노마드 투자자 서한 한국어판 번역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비영리를 표방했습니다. 닉 슬립이 번역을 허락하며 제시한 유일한 조건도 바로 그것이었죠.


그래서 웹사이트에 모든 내용을 무료로 공개하고, 유료 판매 책자 가격도 1만 원이라는 저가를 책정했습니다.


3천 부 완판을 앞둔 지금, 예상보다 빠르게 판매가 늘어나면서 이 비영리 프로젝트의 취지를 살리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이 늘었습니다.


그럴 때는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한 방법이 되겠죠. 노마드 투자자 서한의 처음과 끝, 즉 전문과 후문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투자는 경이롭고 사려 깊은 모험인 동시에 투자를 통해 얻는 부로 인해 강화되는 자기중심적 성향을 띨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부가 X금액을 넘어서면, 진정한 의미는 자선적 기부를 통해 사회에 재투자하는 데서 얻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자선적 기부도 투자처럼 사려 깊고 도전적이며 경이로운 모험이지만,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보너스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우리 생각에 동참하길 기원합니다.
노마드 투자자 서한 한국어판 전문


우리가 알고 있는 성공하고 부유한 사람들은 돈의 진정한 의미 때문에 다소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전통적인 의미에서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고도 성공에 이르는 자신만의 길을 믿어도 됩니다. 종목 선택을 통해 자본주의에서 얻을 수 있는 성과는 엄청날 수 있습니다. 자본 배분을 하는 사람들이 노력에 대해 보상을 받는 것과 별개로, X금액 이상의 모든 것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얻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은 아닙니다. 당신이 우리 서한을 끝까지 읽는 데 성공했다면, 당신은 좋은 사람이고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투자가 비인기 스포츠와 같다면, 비인기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자선 활동 역시 비인기 스포츠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의 변두리에서 규범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그 여정에 우리와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노마드 투자자 서한 한국어판 후문


이 프로젝트를 통해 X금액 이상의 부를 얻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닉 슬립과 콰이스 자카리아의 여정에 함께하지 말라는 법은 없겠죠. 그래서 이익금 일부를 기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나 생각의여름 님 이름이 아니라 '노마드 투자자 서한 한국어판 독자 일동' 이름으로 함께한 기부입니다(형식적인 기부자는 저이기에 세액 공제는 제가 받겠지만요). 독자 여러분이 계시기에 이 프로젝트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고 기부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하고, 같이 자축하면 좋겠습니다. 이런 훌륭한 서한, 그 이전에 훌륭한 투자 철학과 성과를 만들어낸 닉 슬립과 콰이스 자카리아에게도 감사합니다.




왜 바보의나눔인가


사실 원저자인 닉 슬립이 은퇴 후 세운 IGY 재단에 기부하고 싶어서 메일을 보내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닉의 재단은 외부 기부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돈이 많다는 우회적 표현이겠죠?) IGY가 목표로 하는 '저소득 청소년 자립'이라는 코즈(cause)를 가진 국내 기부처를 고르게 됐습니다.


 




그런데 제가 비영리/소셜벤처 분야에서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어 업계 현실을 좀 알기 때문에 아무 데나 고를 수는 없었습니다. 제대로 된 활동을 하는 단체에 기부금이 정확히 전달된다는 점을 확인해야만 했습니다. 근 몇 년간 기부금 관련 사건도 여럿 일어나고 해서 리서치를 좀 해봤는데요.


우연히 바보의나눔 웹사이트에 게시된 그래프 두 개를 보고 생각보다 쉽게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공익법인의 의무공시 대상이 확대된 이후에도 이런 수치를 공개하는 조직이 많지 않을 텐데, 그 내용도 놀랍습니다.




머릿속에 어떤 기업 혹은 비즈니스 모델이 떠오르신다면, 노마드 투자자 서한을 제대로 읽으신 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매출을 기부금으로, 마크업을 관리/운영비(overhead cost)로 치환한다면 그야말로 규모의 경제 공유 모델과 거의 똑같아 보입니다. 받은 것을 내부에 (갈수록) 조금만 남기고 실제 자선 활동을 수행하는 외부 조직으로 (갈수록) 많이 내보내는 것이죠. 아마도 아주 적은 인원이 소박한 사무실에서 열심히 1인분 이상의 업무를 소화하고 계실 듯합니다(검색해보니 명동성당 5층에 있군요). 시간이 지나면서 총 모금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그래프만 추가된다면 더 완벽했겠죠?


게다가 바보의나눔이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는 국내 유일 민간 법정기부금 단체(전문모금기관)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이어 받은 비영리 재단이라는 의미도 있고요(참고로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자립후' 캠페인은 보호 종료 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을 돕는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보의나눔 웹사이트에서 관련 내용을 옮겨봅니다. 혹시 관심이 생기신 분들은 1만원 이상부터 기부할 수 있고 카카오톡으로 상담도 할 수 있으니(저도 이 방식으로 기부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동보호시설(보육원, 공동생활가정, 위탁가정 등)은 부모님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할 나이에 시설에 맡겨지거나, 가족의 폭력을 피해 거리로 나왔다가 갈 곳이 없어진 아이 등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따뜻한 집이 되어 주는 곳입니다. 시설의 따뜻한 돌봄 속에 자라지만 만 18세가 되면 보호가 종료됩니다. *아동복지법 제16조 1항


자립을 선택한 아이들은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 정착금과 디딤씨앗통장으로 살 집부터 구하게 되고 지원금을 보증금으로 사용하고 나면 아이들의 손에 남는 것은 빈 잔고의 통장뿐입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자립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실질적인 도움입니다. ‘자립후’ 캠페인으로 모인 기부금은 전액 자립 후 지원금(1명당 최대 100만 원)으로 사용되어 밀린 월세와 공과금, 교육비, 물품 구입비, 치료비, 생활비 등으로 사용됩니다. 여러분의 나눔은 자립 청년들이 겪고 있는 생계의 위기를 극복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한 권에 1만 원밖에 안 받았는데 어떻게 이익이 존재하나


일부지만 이익금을 기부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어떻게 이익금이 있을 수 있는지가 더 궁금하신 분을 위해 사족을 보탭니다.


이번에 기부한 144만 3천 원을 판매수량인 3천 부로 나눠보면 1권당 481원, 판매가인 1만원(8천 원에 판매한 B급 책자 수량을 무시한다면)으로 나눠보면 판매액의 4.8%를 기부한 셈이네요. 무료 나눔도 있었고 저희가 소장용으로 보관할 수량도 있어서, 실제로는 5%를 살짝 넘길 듯합니다.


정리해 보면 크게 세 가지 방법을 통해 비영리 프로젝트에서도 이익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 원가 절감 ① 수량 증가: 1차 500부, 2차 900부, 3차 1,600부로 제작 수량을 늘리면서 단가를 떨어뜨렸습니다. 3차 때는 1차 때와 비교해 39%가량 제작 단가가 줄었습니다.
  • 원가 절감 ② 스펙 변경: 1차와 2, 3차 책자를 모두 받아보신 분들만 눈치채실 수 있는데, 내지 종이 중량을 줄였습니다. 종이가 더 얇다고 해서 독서에 큰 방해가 될 것 같지는 않았고, 책자 단위당 무게가 줄어들면서 여러 권을 보낼 때 배송비도 줄일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1차 때는 3권을 박스에 담으면 3kg이 넘어서 배송비로 4,500원을 냈는데 2, 3차 때는 3kg 미만이라 4,000원만 낼 수 있었죠. 그리고 불량을 줄이려는 시도에서 표지 색상도 변경했는데, (3차에서 하자품 수량이 확 늘어나서 효과가 반감됐지만) 지불한 금액 내에서 더 많은 양품 책자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 독자 후원: 여러 독자들께서 많게는 50만 원, 작게는 2천 원에 이르는 후원을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약간의 여유를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생각의여름 님과 회식도 할 수 있었습니다.


아, 추가한다면 저와 생각의여름 님이 번역비를 받지 않고 번역을 했다는 것과 책자 판매를 위해 홍보/마케팅 비용을 전혀 쓰지 않았다는 것도 있겠습니다(서한에도 등장한 베조스의 어떤 말이 생각나네요). 결과적으로 공동번역자 두 사람이 첫 책자 제작을 위해 각출했던 120만 원씩도 회수하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습니다.




책자 재고는 거의 소진됐지만, 노마드 투자자 서한 웹사이트는 계속 열어두고 전체 무료 공개 원칙도 지켜나가겠습니다. 시황에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한번씩 들르셔서 노마드 투자조합의 여정을 다시 읽어 나가며 올바른 투자 철학 정립에 가이드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문의, 번역 오류

nomadletter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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